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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8 08:39

십자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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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지극한 근심에 짓눌리는 예수
올리브 동산에 깊은 침묵 속에
간절한 기도를 성부께 드리시네.
성부여 구하오니 이 잔 거두소서.’

이 성가를 들을 때면 코 끝이 찡해지고 어느새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얼마나 두려우셨을까? 얼마나 아프셨을까?
먹먹해져 오는 가슴을 아무리 두들겨 봐도 풀리지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힘듦을 그 두려움을 그 아픔을 ....
제가 드렸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회개와 용서와 보속의 사순시기...용서....
저는 이 단어에 늘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습니다.
저는 정말 용서 할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가까운 사람인데도 용서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을 용서하기가 더 쉽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용서하기란
왜 이렇게 쉽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저 뿐만은 아닌 일이기에
그러려니 생각하니 더 쉽게 용서가 안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전, 처음 만난 어떤 분에게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저는 그 책 제목을 읽자 마자 마음이 쿵 하고 내려 앉았습니다.
‘어떻게 용서 할 것인가?’
저 사람은 뭐지? 날 어떻게 알고 이런 책을 주지? 하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다 도달한 것이
아...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인가보다..... 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뜻 그 책을 펼치치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직 용서할 준비를 못했었습니다. 용서에 준비가....
아니 책 읽는데 무슨 준비가 필요하냐 하시겠지만,
저의 미움은 그만큼 커다랐었습니다.
아무튼...
몇 년 지나 이사를 하게 되어 짐을 싸다가 그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또 마음이  쿵...
이사한 집에 가서 그 책을 책장에 꽂았습니다.
그때 마음이 또 쿵...
이렇게 저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마음이 쿵쿵 내려 앉았습니다.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그래서 용기를 내어 책을 펼쳤습니다!
역시나...
몇 장 읽지 못해 책을 덮고 말았습니다.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앞의 몇장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용서를 하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나 스스로를 아프게 하면 안되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스스로 자책하는 취미를 가진 저인지라 크게 와닿지 않았고,
나 편하자고 저 사람의 죄를 덮지는 말아야지 하는 발악도 하며
책을 내동댕이 쳐 버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생각했습니다.
‘참, 못났다.’

제 삶은 참 사순시기만 같습니다.
힘들고, 두렵고, 아프기만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용서하지 못해서 저를 괴롭히고만 있으니 그렇겠지요.
입은 열린지라, 말은 청산유수지요....

정말 어떻게 하면 용서할 수 있을까요?
수 많은 생각을 던져보지만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성경속의 주님 말씀을 듣고, 신부님의 강론을 들어도,
저에겐 해당치 않는 다른 머나 먼 나라같고, 미로 같기만 합니다.
하지만, 용서해야 진정으로 보속할 수 있으련만,
늘 숙제같은 용서를 포기하고 매를 맞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순시기 동안 매 주 십자가의 길 기도를 했습니다.
한번은 성당안의 스피커 작업 때문에
집중하지 못한 채 하기도 했고,
한 번은 다른 팀의 눈치를 보며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저는 용서하지 못하는 그 사람을
간간히 떠올리며 한편으로는 용서하기를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댓가를 치르기를 바라면서 기도에 임했었습니다.
어느날, 잠이 오질 않아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기 위해 십자가 앞에 섰습니다.
1처로 돌아서며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를
익숙하게 부르는데, 정말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 나는 주님의 상처가 아닌 내 상처만 가슴에 새기고 있었구나,’
매처를 옮기며 후렴구를 부르는데,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제가 미워한 그 사람을 메고 걸었던 기도가 아닌
진정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십자가의 길 기도였구나 하고
감히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 상처만 생각하니 그렇게 힘들기만 했고,
제 상처만 생각하니 그렇게 두렵기만 했고,
제 상처만 생각하니 그렇게 아프기만 했고,
제 상처만 생각하니 그렇게 용서하기가 힘들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난 후 저는 그 사람을 진정으로 용서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 생각을 덜 하게 되었습니다.
미사 때 마다 자주 그 사람이 죄에 대한 댓가를 치루길 바라는
제물을 올렸었는데, 이제는 진정으로 주님을 위한,
그리고 저를 위한 미사를 드리자고 많이 생각하고 애쓰고 있습니다.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짐을 십자가로 메고 걷는 사순시기가 아니라,
주님의 십자가를 함께 메고 걷는 사순시기를 보내시길,
주님과 함께 죽고 함께 부활하기를
머리숙여 두손모아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9. 4.
ㅇㅇ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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