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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햇살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 손님이 떠난 방은 온기가 남아 따뜻하다. 43년 전
혼인하고 시댁 식구들과 한 가족이 되어 새롭게 시작한 방이지만 이제는 외풍이
세고 추워 물건들을 놓아두는 방이었다. 안방에서 필사하던 성경을 이 방으로
옮겨 왔다. 낮에도 전깃불을 켜야 하는 안방보다 남쪽으로 창을 크게 한 이 방은
전깃불을 밝힐 필요가 없어 마음도 밝아졌다. 교구 사목국 성경부에서 준비한
신명기계 역사서 필사를 시작하였다.
  
  영적일기를 쓰도록 하루 분량이 정해져 있었지만 주님께서는 어떻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어 가실지 궁금하여 방안을 환히 비추던 햇빛이 물러가고 난 뒤에도
전깃불을 밝히고 필사를 계속했다. 익숙지 않은 이스라엘 지명을 익히기 위해
성경지도를 펼쳐놓고 등장하는 마을을 찾았다. 이해할 수 없는 구절은 신학사전을
찾아보고 ‘예수시대의 생활풍습’도 읽으며 이스라엘 백성들과 친해져 보려고 애를
썼다.
  
  날이 갈수록 외출하였다가 집으로 들어오면 누군가와 함께하는 듯한 이 방으로
먼저 들어오게 된다. 구약에서 많이 등장하지 않는 여인들에게도 마음이 쏠린다.
지혜로운 라합, 용감한 야엘, 여예언자 드보라, 다윗의 증조할머니 룻의 행적을
묵상하다가 이 방에서 나고 자란 나의 자녀들 생각에 빠져 든다.

  햇빛이 물러나는 오후 3시가 되면 나의 자녀들은 까치발을 하고 이 창 앞에 서서
퇴근할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렸단다. 이제는 자신을 꼭 빼 닮은 딸이 이 창을 열고
내다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았다. 나 역시 아이들을 낳고 키우던 젊은
시절엔 삶의 구비 구비를 다 넘기고 잔잔한 미소로 남은 세월을 맞이하게 될 때를
무척이나 갈구했다. 주님과 함께 하듯 아늑한 이 방에서 성경을 쓰는 이 시간이야
말로 젊은 날 희망하며 기다려온 그때임에 가슴 벅찬다.
  
  성경에서 만나는 인물들이 주님의 이끄심으로 나아가는 걸 보면서 ‘어떻게든 내 힘
으로 해결하려고 안간 힘을 쓰면서 아등바등 하는 내 모습이 주님 보시기에 얼마나
애처로웠을까?’ 하는 아쉬움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성경지도가 머리에 쉽게 그려지지
않고 한번 찾아본 지명도 또 찾고 떠오르지 않는 단어들이 늘어나자 비로소 뻣뻣했던
목에 힘이 빠져 나갔다. 다윗성처럼 단단하였던 자존심이라는 성벽에도 실금이 그어
지고 나의 마음에 들어오지 못하시어 ‘창문을 열어다오!’ 하며 외치던 주님께 마음의
틈을 눈금만큼 내놓아 드리게 되었다. 이 가느다란 틈으로 강렬하게 비추어진 주님의
빛에 자존심은 녹아내리고 편안해졌다. 주님은 나의 역사를 남김없이 들여다보게
하였다. 그렇게 안타깝고 절박했던 내 삶의 그 모든 것도 나를 아끼시던 주님의 도움이
있었음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주님의 궤가 다윗성으로 들어갈 때 다윗임금은 주님 앞에서 자신을 최대한 낮추며
춤추었다. 주님께 하나하나 아뢰며 말씀에 순종했던 다윗의 감사 기도에 내 마음도
맑아져 피아노를 치며 크게 노래한다.

‘성령께서 내 맘에 오시면 나는 춤을 추리라. 나는 다윗처럼 춤을 추리라.’

  홍예성 바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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