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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9 14:39

복사와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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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복사와 라틴어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그때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이라
미사봉헌시 라틴어 기도가 있었지요. 특히 사제와 복사간의 라틴어 기도가
많았습니다. 저는 소년단체 샛별 쁘레시디움 소속 단원이었습니다. 제 나름
열심히 연습하여 첫 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례사제인 이윤호 필립보
신부님께서 사제서품을 받으시고 함양성당에 첫 부임을 하셨지요. 그 당시
신부님께서 얼마나 엄하셨던지 그렇게 많이 연습을 했어도 자꾸만 실수
연속이었습니다. 제의실에 돌아오면... 상상하시겠죠?

세월이 많이 흘러 제가 벌써 노년이 되어서 유럽 여행 중에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 참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0여일 여행 중에 주일을 지키지 못하여
고백성사를 봐야할 사정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중앙제단 옆으로 많은 성인들의
제단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일요일이라서 곳곳의 제단에서 수많은 순례객들이
드리는 미사가 집전되고 있었습니다. 제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고백소에
신부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무식한 것이 용기라고 했던가요? 고백소에 가서
라틴어로 성호경을 긋고 한국말로 고백을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도 라틴어로
사제경을 하시는 것으로 짐작되었고, 나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다시 라틴어로
통회의 기도를 받쳤습니다. 신부님께서 아주 천천히 라틴어로 성호를 그으시면서
아...멘 하셨습니다. 마침 고백소의 문이 개방되어 있어 신부님께 인사드렸더니
신부님께서 인자하게 웃으시며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지금도 그 인자하신 모습에서 참 하느님의 모상을 그려봅니다.
신부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기도합니다.

2019. 3.
유종렬 야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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