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용기
(샛별 Pr.)
우리는 성모 마리아를 떠올릴 때면 성당 입구에 서 있는 성모상을 연상하곤 합니다. 참으로 다소곳하고 우아한 모습의 어머니이십니다. 그리고 더없이 아름다우십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고 싶어지는 성모상의 어머니는 아마도 하늘의 영광을 받으신 어머니실 겁니다.
이천 년 전 유다 산악 지방에서 예수를 낳고 기르시면서 예수의 어머니로 살아야 했던 마리아는 누구보다도 힘들고 거친 인생의 파도를 넘으신 분이셨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마리아의 삶은 천사 가브리엘의 방문을 받아 잉태를 수락하면서부터 아드님 예수가 못 박혀 죽는 그 십자가 옆에 계시는 순간까지 가슴 아프지 않은 대목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비운의 어머니로 살아갈 수 있었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그러나 성경 속의 어머니는 결코 슬픈 얼굴의 어머니는 아니십니다. 강단이 있고 심지가 굳으셨으며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 대화할 줄 아셨을 겁니다. 삶의 고비가 있을 때마다 하느님께서 무엇을 하고자 하시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고통의 무게를 말없이 받아 안으신 대장부 같으신 어머니셨습니다.
저희는 이 시간, 마리아께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사건 안에서 보여주신 마리아와 엘리사벳에 대하여 묵상해 볼까 합니다.
마리아는 처녀로서 잉태했다는 엄청난 삶의 무게를 안고서 사촌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 유다 산악 지방의 길을 어린 여성 혼자서 걷습니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밤에는 추위가, 사막의 무서운 짐승의 위협을 무릅쓰고 씩씩하게 길을 걷습니다. 모래바람을 맞으며 며칠을 걸었을 것입니다. 마침내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을 만났을 때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소리 외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마리아가 응답했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뜁니다!“
마리아는 그 길을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는 가슴을 안고 걸었습니다. 엘리사벳은 성령 안에서 마리아를 맞이했습니다.
이 두 여인이 앞으로 세상에서 받아내야 하는 어려움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세상으로 향하는 시선 대신에 하느님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선택하였기 때문에 두려움 가운데에서도 기뻐했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향하는 시선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용기를 가지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게 해줍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삶의 길을 물어올 때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길을 모색하는 신앙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길은 좁고 어려운 길이지만 그것만이 생명의 길임을 우리는 압니다.
마리아처럼 묵직한 삶의 무게를 가지고 찾아왔을 때 우리는 엘리사벳처럼 성령 안에서 주님을 찬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서로 마리아가 되고 엘리사벳이 되어 생명의 길을 함께 걸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