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우리 본당에서 미사가 중단된 지 벌써 4주째이고 동시에 사순 3주일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코로나19 앞에서 너무나 두렵고 무력함을 느끼면서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유래없는 재앙으로 지구상의 많은 국가들과 우리나라도 대구·경북을 포함하여 모든 지역에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이 정신적으로도 지쳐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환난의 시기에 마냥 무기력하게 대송과 묵주기도만 바치면서 사순시기를 보내는 것은 결코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마태복음 22장 39절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는 주님께서는 자신이 피를 흘리시면서도 다른 사람의 상처를 돌보시며 자신을 희생하셨으며, 바오로 사도께서도 실천없는 믿음 보다 실천하고 행동하는 믿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친애하는 산청성당 교우 여러분,

비록 우리 자신도 아프고 어렵지만, 지금이야말로 우리 보다 더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위로와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산청 본당은 비록 규모는 작으나, 누구 보다도 봉사와 자기희생의 정신으로 그리스도적 삶을 실천하는 공동체입니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재난과 이로 인하여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특별재난지역과 관내 지역민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정성이 담긴 도움의 손길을 준다면 그분들에게는 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큰 위로와 용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뜻에서 본당 신부님과 사목회장단에서는 그동안 예산을 절감하여 정성껏 모아둔 기금 1,035만원을 사회공동체모금에 기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과 용기를 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꼭 필요한 일을 위하여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줄 때, 주님께서도 우리가 필요할 때 반드시 채워주신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 기부가 우리 보다 더 큰 고통 속에 있는 우리의 이웃에게 조금의 위안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아울러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공동체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도 더욱 더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도록 사순기간 동안 열심히 기도드립시다.

 

 

2020년 3월 20일

 

산청성당 사목회장 곽태열(에두알도) 올림